Abandon Hope All Ye Who Enter 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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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M LIM
나를 찾으러 숲에 들어오시오
나도 당신을 맞이하러 나가오
우리가 엇갈릴 거란 걸 이미 알고 있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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書翰集


주머니를 모두 털어 술을 사고 밤새 쓸모없는 이야기나 나누고 싶다. 나의 작은 친구야.
2017. 겨울




만취한 동현이는 계속해서 검정치마의 노래를 한 곡만 듣고 자자고 했다.
개좆같은 하스스톤 방송부터 꺼야할텐데. 이상한 스티커가 붙은 창문에서 푸른 새벽빛이 방에 들어온다.
2018. 05. 28




어떤 이와 어떻게 이별을 하던 꿈을 꾼 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 것 같아. 내가 사랑했던 모든 기억들이 갑자기 그리움으로 치환되어 한번에 숨 막히듯 들어오니까.
꿈이란게 참 이상한게 시간이 갈수록 계속 장면은 희미해져. 기억하려고 해도 ‘어떤 장면의 꿈이었구나’ 라고는 기억할 수 있어도 그 장면이 생생히 다시 떠오르지는 않는 것 같아.
살다보면 계속 잊혀지겠지. 계속 무감각해질 거고 무뎌지는 감각도 못 느끼고 살아가는 날이 더 많을거야. 그러다 어느 순간 그 이와 연결되는 무언가를 발견하면 잊고 지냈던 그리움이 또 집어삼키겠지. 그리고 또 잊어버릴거야.

사랑하는 탁아, 네게 할아버지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난 모른다. 아버지였는지 할아버지였는지 가늠이 안간다고 해야할까. 우리의 기억들만 놓고 봐도 어떤 공간 속에서, 어떤 표정에, 무슨 말을 했는지 지금도 희미해져만 가니까.

근데 그게 또 뭐 그리 중요하겠니. 그냥 슬픈거지. 잊혀지지 않았기에 잊혀질거란 걱정이 슬픈 것일지도 모르겠다.
2021.07.16.金




독재자와 예술가

발 없는 새는 부드럽게 강직한 인간이다. 그의 다정함과 배려심은 언제나 놀라웠고 항상 조금 섞여 있는 광기는 오늘도 여전했다.
오늘 둘이 같이 찍은 사진을 보며 먼 훗날 세상을 놀라게 할 독재자와 예술가의 친분을 나타내는 사진일 수도 있다고 그가 말했다. 발 없는 새야, 넌 그렇게 될 것이다. 난 이제 그렇게 될 수 있을까? 라는 의심이 가득 쌓여만 간다.

그치만 발 없는 새야, 네가 독재자가 될지 예술가가 될지는 모르는거란다.
2021.08.29.月





전하지 못할 편지를 나의 사부에게

매번 이름만 들었던 사부의 동생을 처음 이름을 들었던 순간부터 10년이 지난 후에야 만나게 되었고 갑자기 나의 아버지가 곁을 떠나는 상상을 해봅니다.
나는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을 수 있을까 의문만 남게 됩니다.
절을 하지 않는다는 안내문을 보고 오랜만에 성호를 그어보았으나 당시에는 떠오르는 기도가 아무것도 없어 멍하니 기도하는 척만 해버렸습니다.
돌아오는 버스에서 그게 제일 목에 걸려 기도를 올립니다.

매번 나의 기도는 빗나가지만 나의 잘못이며 이번 기도는 날 위한 것이 아닌 타인을 위한 기도라고.
그게 제일 당신이 원하는 기도의 유형이지 않느냐고. 당신의 뜻대로 이루어지게끔 가만히 둘 수 없으니 사람들이 기도란걸 하지 않겠냐고.
가야할지 말아야할지 고민했던 내 스스로에게 꾸짖고 반성하고 있겠다고.

오랜만의 재회가 반가움보다 위로를 먼저 건네야하는 쓰라림을 당신은 이해할까 모르겠습니다.




탁아 , 사람들은 자기 외에 관심이 좆도 없어. 물론 예외도 있지. 그게 바로 가족일거야.




시인에게 받은 프랑스의 지하철 티켓
거긴 전철인가.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으니 모르긋다.
열쇠와 다른 쿠폰들이 드나들며 사용하기도 전에 많이 너덜해져버린다.

날씨가 많이 서늘해졌습니다. 어떻게 지내는지 간간히 걱정해보지만 굳이 들으려고 하진 않습니다. 내가 아주 마음에도 없는 거짓말을 전하지는 않은 것 같아 다행이라 여깁니다.





멀어지는 것들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지 않을 리 없다. 아쉽지 않다는 것은 처음부터 멀리 있었을테지. 잡아두지 못할 것을 알기에 아쉬움을 흘리고 떠나가는 것들을 바라만 보고 있겠지. 잡아두려 노력하지 않았으니 떠나는 것일테고.

조용히 멀어져 간다. 모두들.

나도 조용히 마음을 쓸어내린다.
2023.02.13.




항상 밤이 늘어지는 사부와

어렴풋이 저 날쯤에 만나자 약속을 해두고 같이 밥 먹고 커피 마시고 헤어지겠구나 싶었던 사부와 새벽까지 이야기가 계속 되었다.
밀린 이야기들이 많았는지 사부는 한참 예전의 일부터 내게 들려주었다. 한 단어, 하나의 이름만 나와도 웃음이 터지는. 우리가 공유하고 있던 기억들이 쏟아져 나왔으며 내가 어떻게 반응할지 어떻게 보일지에 대한 고민하지 않고 추억의 배에 올라타있던 기분이었다.

어떤 이야기를 들으며 내가 그냥 추상적으로 갖고있던 사부의 어른스러운 모습이 부서지기도 하고, 다른 이야기에서 그녀를 존경했던 이유를 다시금 찾기도 했다. 처음 만난 순간부터 이미 내게 좋은 어른이었지만.

사부한테 조잘조잘 말할 것이 너무 많았고 기대하며 찾아갔던 지난 날에 나는 어떤 모습이었나.
어느 순간 내 인생을 가엾이 여기며 스스로 따분하게 만들던 나는 당신에게 어떤 모습이었나.
그게 걱정인줄 모르고 흘려 들었던 이야기들은 기억이 되지 못해 아쉽기만 하고.
내가 불편한 사람이 되었나 고민하던 때에 당신은 얼마나 고된 시간을 보내고 있었나.

받는만큼 도움이 되지 못해 미안하면서도 그게 스승과 제자의 모습이 아니겠느냐고 생각하며 뻔뻔함을 잃지 않으려고 합니다.




인간의 편에 서는 것이란. 애잔함을 느끼는 것.
너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사실 사부에게 묻고 싶습니다. 특히나 지난 나날동안 그녀에게 여러번 애매모호한 질문과 가끔은 멍청한 궁금증을 마구 던졌는데 당신은 내게 해답을 줄거라고 굳게 믿고 있었습니다. 지금도 그 마음에 변함은 없습니다. 단지 내가 부끄러움이 많아졌습니다. 창필 팔리는 것이 두려워진게지요. 예나 지금이나 똑같습니다. 모르는걸 모른다고 말하지 못했던 어린 시절 말입니다.)





등 떠밀지 마라 이놈들아 안그래도 가고 있다.




사후세계를 신뢰하는 편은 아닙니다만 당신을 생각하면 그곳이 존재하길 바랍니다.
종교인들의 말처럼 평안이 가득한 곳인지도 묻고 싶네요.
시월에 어느날 문득 당신을 떠올렸습니다. 문득 떠올리곤 문득 잊어버렸답니다.
오늘은 당신의 집에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면 나던 냄새부터 체취까지 가득히 기억납니다. 앞에 앉은 친구에게 몇가지 기억들을 풀어놓았어요.
추운 밤에 누나와 내복 바람으로 쫓겨나 당신의 집으로 향하는 작전을 시도했던 일, 밥솥에 쪄주어 호빵 포장지에 밥풀이 항상 조금씩 붙어있던 일, 일부러 붕어빵이 먹고 싶어서 길을 돌아 갔던 일, 메론 아이스크림을 사달라고 졸라서 냉장고에 있던 동전을 다 꺼냈었던 날 등 참 많기도 합니다.
적고 나니 날씨와 참 어울리게 마음이 시려옵니다.
많이많이 그립다는건 많이많이 사랑했다는 말과 같지 않을까요.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가끔 꿈에라도 나와줘요.




위염과 장염

위염과 장염을 동시에 걸린 스무살 가을의 어느 날.
몸이 너무 안좋다는 것을 깨닫고 기숙사에 이른 저녁 시간부터 누워있었습니다.
나의 작은 친구가 문을 열고 신나는 목소리를 억지로 누르며 내게 자냐고 물었습니다.
자는건 아니고 몸이 안좋아서 그냥 쉬고 있다고 대답했고 친구는 얼른 나으라고 하며 돌아가려 했습니다.
이녀석이 굉장히 신난 이유를 알거같기도 하지만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물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연애를 시작하였습니다.

나는 아직도 위염과 장염이 동시에 찾아오는 고통과 그 날 나의 쾌유를 빌던 친구의 따스함과 사랑에너지가 넘치는 인간에게 뿜어져 나오던 그 찬란함을 잊지 못합니다.

그리고 나의 작은 친구는 다음날 겨우 몸을 이끌고 병원에 가는 저에게 ‘지금밖에 기회가 없을거같다’라며 말하면서 구타를 선사했습니다.
개씨발놈의새끼.





만년에 계속 꽂혀있던 너의 전시 설명서를 오늘에서야 다시 읽어본다. 글은 전혀 눈에도, 머리에도 들어올 생각이 없고 떠나가던 마지막 모습이 희뿌옇게 보인다. 너 가고 집에 돌아와 소리도 못 내고 무너지는 밤을 보내야만 했다. 같이 있을 수 없어서 참 많이 아파했는데 그 날은 같이 있어서 슬프더라. 나조차도 그런 먹먹함이 들거라 예상이나 했을까. 여전히 죄책감에 허덕이던 나를 미워하렴.




‘아픈 사람에겐 인사 하는거 아니야.’
그럼 이 세상 모두에게 인사를 하지 말란 것인가요.

아픈 사람에게 인사하지 말란 것은 오래된 말이라고 한다. 안녕하지 못한 이에게 안녕하냐는 것을 되묻는 일이라 그런 것일까, 맞이하는 인사와 보내는 인사가 같은 우리말에서 보내는 인사로 들리기에 그런 것일까.
나는 안녕하신가요 라고 묻지 않았다. 설날이기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라고 말했다. 그것은 인사가 되는 것인가. 오늘 처음 만난 그가 낯설지 않아 그를 보며 그리고 그의 집을 구석구석 눈으로 훑으며 나는 미소를 잃지 않았다. 나는 내 눈으로 그가 그의 공간에서 환히 빛나고 있음을 보았다.


이것은 다른 여담이지만 최근에 탁이를 만나면 눈에 유독 거슬리는 것이 있다.
그의 엄지손가락.
나는 사람의 손을 많이 관찰한다. 이제는 손에서 그 사람이 무슨 일을 하는지 티가 잘 나지는 않지만 그래도 어렴풋이나마 손에서 그 이의 습관들을 조금이나마 찾아볼 수 있다.

탁이의 손은 오랫동안 봐왔다. 우리가 같이 수원에서 힘든 막노동을 할때에도, 내가 떠났다가 다시 돌아와 그의 손을 보았을 때에도 기억하고 있다. 이전에는 지금처럼 그리 거칠지 않았다.
요즘에 그의 엄지손가락을 보고 있으면 가슴이 저리다. 뭐라도 좀 바르라고 잔소리를 하고 싶기도 하고 핸드로션을 선물하고 싶기도 하지만 난 그를 잘 알고 있다.
잔소리가 나오기도 전에 목에서 턱 막히고 핸드로션은 분명히 그의 철학 안에서 사용 중일 것이다.

오래도록 많이 고생했다는 것이 이제서야 그의 손에서 빛나고 있지만 그 빛이 강렬해서인지 겨울 날에 잠시 땅에 닿는 햇볕같은 것이어서인지 명확히 설명하기가 어렵지만 눈이 시려온다.
제발 틈틈이 뭐라도 좀 발라. 새해 복 많이 받고.





이제서야 알았다.
담담했던 상실에 대해서 방금 깨달았어.
아주 단순하게도 내가 원했던거야.
내가 그 모습을 이미 상상했었고 그렇게 흘러가게끔 열연을 했어.
그 연기덕에 원하던 결말을 얻어냈던거고.

너 또한 나처럼 눈 내리듯 이별을 받아들였다고 난 여태 착각하고 있었구나.